#방구석취미존콘테스트
저는 카테고리를 선택할 수 없습니다.
제 좁은 자취방은 그 자체로 테크이고, 스타일이며, 일상이요 그 전체가 결국 낭만이기 때문입니다.
제 방에는 1년 넘게 찾아다닌 앰프와 친구가 입대 선물로 준 기타, 그리고 누군가의 추억과 환상이 담긴 금성 컬러 텔레비젼이 있습니다. 이 세가지가 제 방의 보물이자 취미존입니다. 친구가 없는 제게 유일한 휴식처이지요.
홀로 새벽에 집에 돌아오면 간단한 요리를 하고 40년 된 티비 앞에 앉습니다. 40년 전에도 누군가는 저와 같이 고독했을까요. 그때에도 이 금성 티비가 동무가 되어주었을 것을 생각하면 아련해집니다.
처음 무작정 티비를 가져왔을 때에는, ’ 오래된 중고품을 함부로 집에 들여선 안된다‘는 속설이 문득 생각나 화면을 벽을 보게끔 두었던 기억이 납니다. 그러나 그랬던 모습이 무색할 정도로 아끼고 있는 제 모습을 보면 웃음이 나기도 합니다.
티비를 말벗삼듯 마주보고 술잔을 서로 기울이고, 세상이 아득해져갈 때 즈음이면
기타를 잡고 감정을 쏟아냅니다.
한시간 가량 말도 안되는 솔로를 치고 나면 설거지를 하고 방을 돌아보다가 이내 티비를 끄고 잠자리에 눕습니다.
목적 없는 젊은 청춘이라지만, 이다지도 마음이 공허함은 무엇 때문일까요.
누군가에겐 볼품 없을지도 모르지만, 제가 가장 아끼는 공간이 된 이곳에서 저는 오늘도 잠에 듭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