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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렌드Talk

합법적인 짝퉁의 세계

에스콰이어 코리아 (Esquire KORE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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팬데믹을 거치며 짝퉁 가구는 당당하게 호황을 맞이했다. 국가별로 관련법은 비슷하지만 적용 방식은 천차만별이다. 과연 모조품 가구에 대한 법적 제재는 가능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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짝퉁이 다루는 세계는 모든 오리지널의 세계만큼 깊고 넓다. 정품에는 존재하지 않는 디자인에 로고만 박아 넣은 가방과 운동화, 그 와중에 ‘오리지널과 분간이 안 될 정도’라는 지나치게 솔직한 상품평을 내세운 향수 등. 그러나 깊고도 넓은 그 세계가 양지로 나오지는 못한다. 포털에 브랜드명을 입력했을 때 당당히 검색되지 못하고, 구매자는 구매처의 이름을 당당하게 말하지 못한다. 아니다. 검색은 되지만 ‘st’ 등의 태그를 붙인 채 나와야 한다. 어떻게든 짝퉁 티를 내야 하는 것이다.그런데 가구라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짝퉁 가구’ 시장은 남의 디자인을 얼굴로 내걸고 호황을 누리고 있다. 미국 세관국경보호국(CBP)에 따르면 2020년 세관에서 압수된 가구 모조품, 즉 짝퉁 가구는 1만8000개에 달했다. 가격으로 환산하면 3000만 달러(한화 약 380억) 수준이다. 글로벌 시장조사 전문기관 얼라이드 마켓 리서치(Allied Market Research)에 따르면 2020년 미국 가구 시장의 규모는 2억5000만 달러(약 3200억원)에 살짝 못 미쳤다. 아주 대략적으로 계산하면 미국 짝퉁 가구 시장의 규모가 전체 가구 시장의 12%에 달한다는 건데, 결코 양지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으려는 가짜의 습성을 고려해보면 그 규모는 더 크면 더 컸지 적지는 않을 것이라는 추측이 가능하다.

 

왜, 지금?

사실 가구 디자인 카피는 언제나 있는 문제였다. 허먼 밀러(Herman Miller)가 모조품에 주의하라는 캠페인을 처음 낸 게 무려 1957년의 일이니까. 한국에서는 비교적 최근까지도 문제 삼지 않을 만큼 흔한 일이었다. 2005년 4월 〈문화일보〉에 실린 ‘기자수첩’을 보자. 그해 열린 밀라노 세계가구박람회 행사장 곳곳에서는 아시아인을 향한 경계의 눈빛을 느낄 수 있었다고 한다. 아시아인은 사진 촬영도 금지됐다. 인종차별 때문은 아니었다. 당시 행사 관계자는 기자를 향해 “새롭게 모델을 출시하면 한국이나 중국 업체가 한두 달 안에 짝퉁을 출시한다”고 지적했다. 한국 업체들은 부스도 받을 수 없었다.부끄러운 과거는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그 무렵 인기리에 방영된 드라마 속 가구와 조명은 전부 모조품이었다. 2007년 10월 〈조선일보〉 보도에 따르면 당시 호텔들은 “해외 유명 디자이너로부터 인테리어 컨설팅을 받은 뒤 저렴한 중국산 카피 제품을 들여놓는 게 관행”이었다고 한다. 고급 취향이 집결됐다는 호텔조차 당당하게 그런 결정을 내리던 시대였으니, 일반 소비자는 말할 것도 없었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인지도 있는 브랜드에서 출시하는 가구가 해외 제품의 ‘짝퉁’일 수 있다는 생각 자체를 하지 못했을 수도 있고, 알면서도 그저 예쁘니까 별생각 없이 집에 들였을 수도 있다. 어쨌든 아무도 부끄러워하지 않던 시절이었다. 한국 가구 시장 점유율에서 늘 상위권에 이름을 올리는 국내 브랜드들의 당시 매출액 대비 디자인 연구개발 비용이 1% 미만이었으니 말이다.흑역사로 점철된 그 시절과 비교하면, 지금은 어느 정도 디자인권에 대한 인식이 정립된 것처럼 보인다. 그런데 어쩌다 짝퉁 가구의 생산과 판매가 호시절을 누리게 됐다는 것인가. 과거와 비교해 가장 크게 달라진 건, 소비자가 자신이 구매하려는 제품이 어떤 제품의 ‘짝퉁’인지 아주 명확하게 인지하고 있다는 점이다. 인스타그램과 틱톡 등 SNS가 일상의 한 부분이 된 지금은 세계 곳곳에서 이런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와이의자'와 '일곱체어'가 판치고 있다

구글에 ‘Eames Chair’를 검색했다. ‘최고의 임스 체어 레플리카 고르는 법’ ‘500달러 이하로 임스 체어와 가장 비슷한 의자를 갖는 법’ 등의 기사가 쏟아졌다. 클릭해보니 정품의 크기와 가죽, 합판 등을 아주 상세하게 비교해 진짜와 가장 비슷하게 생긴 제품을 소개하는 것부터 가구 디자이너가 직접 엄선(?)한 모방품 리스트를 보여주는 기사까지 내용은 다양했다. 임스 체어뿐만이 아니었다. RH의 클라우드 소파나 리네로제의 토고 소파, 칼한센앤선의 위시본 체어 등 유명하다 싶은 디자이너 제품을 검색하면 모방품을 소개하는 기사가 따라나왔다. 기사를 낸 곳 중에는 매체사인 척하는 블로그도 있었지만, 〈인사이더(Insider)〉나 〈바이스(Vice)〉, 〈포브스(Forbes)〉처럼 제법 이름난 매체들의 온라인 기사도 있었다.기사가 쏟아진다는 것은 관련 정보를 검색하는 이들이 늘었다는 이야기이기도 하다. 틱톡에서 이런 흐름을 더 자세히 살펴볼 수 있다. ‘짝퉁 가구(Furniture Dupes)’라는 해시태그가 붙은 영상들이 지난해 11월 기준 50억 이상의 조회수를 기록했다. 대부분의 영상은 위에서 언급된 기사와 비슷하게 자신이 구매한 짝퉁 가구를 자세히 보여주며 정품과 어느 정도로 차이가 없는지 소개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지난 1년 사이 검색량이 23% 늘어난 ‘가구 바꾸기(Furniture Flip)’ 해시태그도 있다. 낡은 가구를 새 가구처럼 꾸며낸다는 점에서 한때 유행했던 DIY(Do It Yourself)와 비슷해 보이지만, 최근의 ‘가구 바꾸기’는 자신만의 디자인으로 꾸며내던 DIY와는 약간 다르다. 틱톡에서 @flipdaddie라는 아이디로 활동 중인 인플루언서 크리스티나 클레리쿠지오(Christina Clericuzio)가 대표적인 예시다. 그녀의 콘텐츠는 중고 마켓에서 구입한 가구를 인터넷에서 본 브랜드 가구와 똑같은 모양으로 꾸며내는 것이다. “정품은 698달러(약 90만원)지만, 저는 8달러(약 1만원)에 만들었어요.” 그녀의 틱톡 계정에는 아마존 판매처와 연결되는 링크가 붙어 있다. 그녀가 만든 짝퉁(?)들을 판매하는 곳이다. 실제로 그녀가 단돈 8달러로 만들었다는 앤트로폴로지(Anthropologie) 모조품 서랍장은 200달러에 팔렸다.모방 가구의 문제점을 교육하는 비영리 창작 옹호 단체인 비 오리지널 아메리카(Be Original America)의 창립 멤버인 시모네 빈저호츠 지스만(Simone Vingerhoets-Ziesmann)은 팬데믹 이후 이런 변화가 두드러졌다고 분석했다. 코로나19가 장기화되며 집에 있는 시간이 늘자 사람들이 인테리어에 관심을 갖게 됐다는 것은 익히 알려진 사실이다. 동시에 미드센추리 인테리어가 인기를 끌었다. 수많은 셀럽들이 자신의 집과 내부 인테리어를 공개했고, 사람들은 지지 하디드나 켄들 제너의 집에 놓인 1950년대 오리지널 가구를 접하게 됐다. “디자이너 가구에 대한 수요는 엄청나게 늘었는데, 형편이 그만큼 좋아지진 않았죠. 지금은 잘 모르고 모조품을 소비하는 사람보다는, 어떤 디자이너 제품의 짝퉁인지 알고 구입하는 사람이 대다수라고 봐요.” 뉴욕에서 활동하는 디자이너 안나 도손이 〈드웰〉에 한 말이다. 값싼 재료로 대충 비슷한 디자인만 찍어낸 중국산 제품 또는 금손 틱토커가 만들어낸 DIY 짝퉁 등 가짜 가구를 구매할 수 있는 통로는 점점 넓어지고 있다.한국의 상황도 크게 다르지 않다. 가구 소셜 커머스 사이트에는 칼한센앤선이나 프리츠한센 가구를 그대로 카피한 제품이 ‘와이의자’니 ‘일곱체어’ 같은 이름을 내건 채 최대 3분의 1, 최소 10분의 1 가격으로 판매되고 있다. 중국 또는 태국이 원산지인 이런 의자들은 집 좀 꾸몄다는 이들의 ‘랜선 집들이’ 사진에서도 쉽게 접할 수 있다. 인스타그램과 블로그를 통한 홍보에 한창인 한 업체에 전화를 걸었다. 혹시 브랜드 제품을 참고했냐는 질문에 해당 업체는 ‘유사한 부분이 있겠지만 대부분의 가구가 그럴 것’이라며 두루뭉술하게 답했다. “법적으로는 아무 문제 없어요.” 그렇게 말하고 업체 관계자는 서둘러 통화를 마무리했다.

 

“크게 달라진 건, 소비자가 자신이 구매하려는 제품이 어떤 제품의 ‘짝퉁’인지 아주 명확하게 인지하고 있다는 점이다. 인스타그램과 틱톡 등 SNS가 일상의 한 부분이 된 지금은 세계 곳곳에서 이런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법적 테두리 바깥의 문제

프리츠한센 코리아는 지난 1월, 긴 법정 다툼 끝에 부정경쟁방지 및 영업비밀보호에 관한 소송에서 승리했다. 프리츠한센의 시리즈 세븐 체어를 모방해 ‘세븐체어’ 등의 이름으로 판매해온 지방 가구업체를 검찰에 고소한 지 만 3년 만에 얻어낸 결과다. “2020년 1월에 처음 고소했고, 판결은 올해 1월 중순에 나왔어요.” 프리츠한센 코리아 마케팅팀 신승희 코디네이터의 설명이다. “단순 디자인을 베낀 정도가 아니라 상표, 브랜드, 제품명, 이미지 어셋 등을 모두 사용하고 ‘프리츠한센 커스텀’ 같은 이름으로 소비자에게 혼동을 준 케이스거든요.” 즉 디자인만 똑같이 따라 했을 뿐 아니라, 프리츠한센의 상표와 브랜드명을 그대로 사용하고 심지어 홈페이지에 올라온 자료까지 무단으로 써서 자신들의 판매에 이용했다는 이야기다. 누가 잘못한 건지 명명백백히 보이지만, 판결이 나는 데는 3년이라는 시간이 걸렸다. 어딘가 찔리는 듯했지만 ‘법적으로 문제가 없다’는 이야기를 한 다른 가구업체의 말이 생각났다.“법 네 가지가 섞여 있는 굉장히 복잡한 이야기가 되겠네요.” 인스타그램에 ‘BLSN’이라는 이름으로 법 관련 웹툰을 그리고 있는 김형준 변리사는 차분하게 말했다. 크게 디자인보호법과 상표법, 저작권법 그리고 부정경쟁방지법이 여기에 해당한다. 결론부터 말하면, ‘법적으로 문제가 없다’는 해당 업체의 말은 맞긴 했다.“우선 디자인권은 보호 기간이 국가별로 다르긴 한데, 한국은 20년이에요. 디자인권이 끝나면 누구나 동일하거나 비슷한 디자인의 제품을 만들어도 되죠.” 그러나 디자인이 매우 유명하다면, 디자인권이 아니라 ‘상표권’으로 보호를 받을 수도 있다. 대표적인 예로는 빙그레사의 항아리 모양 우유병이나 코카콜라의 유리병 정도가 있다. 브랜드 이름이나 로고 없이, 디자인만 보더라도 어느 회사의 제품인지 소비자가 알 정도로 유명할 경우에는 상표권 등록을 받아 기간 제한 없이 법의 보호를 받을 수 있는 것이다. 하지만 의자와 같은 가구의 디자인이 그 정도로 유명해지는 경우는 극히 드물다. 아마 한국에서는 더 어려울 것이다. 사실상 20년이 지나면 디자인 자체는 보호받기가 어려워진다는 의미다.저작권법은 딱히 국내 가구 시장에는 해당 사항이 없어 보였다. “의자 형상이 아주 독특해서 조각상 같은 예술작품으로 인정이 된다면 저작권 보호를 받을 수 있습니다. 흔한 경우는 아니고요.” 북유럽 국가들은 한국보다는 관대하게 의자 디자인을 예술 작품으로 인정해, 에그체어나 임스체어, PH 램프 등 유명 디자이너의 가구에 저작권을 부여해 디자이너 사후 70년까지 지적 저작권을 보호하는 방식으로 카피 제품을 단속해 왔다. 한국은? “한국도 법은 비슷해요. 저작권이 인정될 경우 원작자 사후 70년까지 보장해 주거든요. 다만 한국은 공산품을 예술 작품으로 봐주는 경우가 극히 드뭅니다. 사실상 의자 디자인을 저작권으로 보호받기는 어렵죠.”프리츠한센 코리아가 소송을 걸 때 적시한 조항은 부정경쟁방지법이었다. “무언가가 아주 유명해져서 그걸 보고 특정인이나 특정 회사를 떠올릴 수 있다면 소비자를 보호하기 위해 법으로 독점시켜줍니다. 대신 정말 유명해야 해요.”문제의 ‘와이의자’니 ‘일곱체어’ 같은 이름을 내건 업체에 대한 처벌은 왜 불가능한 것일까. 네 가지 법이 전부 언급됐다. “일단 20년이 지났기 때문에 디자인권이 사라졌고, 제품 이름이 상표권으로 등록된 경우도 아니며, 국내에서는 법적인 예술 작품으로 인정된 제품도 아니었고, 한국에서 일반인 누구나 알 정도로 유명한 디자인도 아니기 때문이죠.” 그렇다면 부정경쟁방지법이 적용돼 승소한 프리츠한센의 케이스는 어떤 경우일까? “부정경쟁방지법 자체가 타인의 노력을 무단으로 사용해 돈을 벌면 처벌한다는 내용이거든요. 약간 애매해요. 법조인 입장에서 정말 괘씸해서 혼내주고 싶은데, 저작권이나 디자인권 관련해 딱 맞는 법이 없을 경우 적용할 수 있는 게 ‘부정경쟁방지법’입니다. 피해 보는 사람들을 도와주기 위한 법인 거죠.” 패소한 업체의 경우 제품 디자인을 따라 했을 뿐만 아니라 상표, 브랜드, 이미지 어셋을 무단 사용하는 방식으로 프리츠한센의 명성을 이용하려는 악의가 보였기 때문에 꼼짝없이 법망에 걸리게 된 모양이었다.미국에서도 비슷한 일이 있었다. 허먼 밀러가 지난해 초, 임스 몰드 플라이우드 체어의 상표권을 등록하려다가 좌절된 사례다. 미국 특허청은 해당 의자가 “기능성이 뛰어난 디자인이기 때문에 상표로 보호될 수 없다”고 거절했다. 다만 허먼 밀러는 그 무렵 의자 디자인과 상품명을 비슷하게 베낀 업체를 상대로 한 ‘트레이드 드레스’ 소송에서는 승소했다. “트레이드 드레스는 아직 한국에는 없는 개념이에요. 가장 비슷한 한국 법이 바로 부정경쟁방지법이죠.” 즉 특허청은 임스 몰드 플라이우드 체어를 상표권으로 보호해주면 여타 업체들이 다른 의자를 디자인할 때 어려움이 생길 수 있다고 판단해 거절했다. 그 대신 미국 내에서 그만큼 유명한 제품이기 때문에 부정경쟁방지법과 유사한 ‘트레이드 드레스’로 권리를 보호해줬다는 설명이다.의자 하나의 오리지낼리티를 지키기 위해 이렇게나 많은 종류의 법이 얽힌다. 아주 단순하게, 문제를 한 번에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이 하나 있긴 하다. ‘로고’를 박는 것이다. “로고가 핵심이면 충분히 보호받을 수 있거든요. 명품 백처럼요.” 김 변리사의 말이다. 그러니 로고가 큼직하게 박힌 의자나 테이블이 시장을 점령할지도 모른다. 인테리어 디자이너들이 허락해준다면 그렇게 될 가능성이 아주 없지는 않다는 뜻이다.

 

짝퉁이 왜 나쁜가?

일각에서는 음악이나 미술과 달리 가구의 경우 복제품 증대가 오히려 산업 발달에 긍정적 영향을 준다는 의견을 낸다. 뉴욕대학교 법학과 크리스토퍼 스프리그맨 교수는 책 〈모방의 경제학〉에서 “기간을 한정해둔 디자인권은 오히려 대중에게 디자인을 널리 알리는 기회가 된다”고 주장했다. 유명 제품의 디자인권이 소멸된 뒤 많은 업체에 의해 같은 디자인이 재생산되는 과정이 가구 업계 전반의 발전을 불러오고 소비자에게 도움이 된다는 것이다.또 다른 한편에서는 해당 디자인의 가구를 갖고 싶어 하는 모두가 전부 비싼 오리지널을 구입할 수는 없다고 주장한다. 앞서 언급한 ‘최고의 레플리카 고르는 법’ 같은 기사들도 이 같은 멘트와 함께 시작한다. “우리는 모두 예쁘고 좋은 가구를 갖고 싶지만, 소파 하나에 8000달러(약 1000만원)를 쓸 수는 없는 서민들이잖아요.” 이런 주장을 뒷받침하기 위해 찰스 임스가 한 말, ‘모두를 위한 좋은 디자인’이나 프리츠한센의 ‘디자인 민주주의’ 같은 말들이 언급되기도 한다. 디자이너들 역시 더 많은 사람이 평등하게 좋은 디자인을 누리길 바랐으니, 저렴한 가격에 가짜를 소비해도 큰 문제가 되지 않을 거라는 소리다.그럴듯하게 들리긴 하지만, 실상을 따져보면 정확한 이야기는 아니다. 찰스 임스는 가짜를 구매하라는 뜻에서가 아니라, 대량 생산된 정품을 사라는 의미에서 그런 말을 했으니까 말이다. 판권을 가지고 재생산된 제품, 이른바 ‘리프로덕션’이라 불리는 것들이 존재한다. 대량 생산되지 않았던 오리지널 제품은 그 당시에도 굉장히 비쌌고, 앞으로는 더 그럴 것이다. 일반인이 구입하기 어려울 정도로 과하게 비싼 제품만 있으니 짝퉁을 사야 하는 게 아니라, 적정한 가격을 유지하면서 판권을 가진 제품도 존재한다는 이야기다.짝퉁 가구의 문제점으로 ‘지속가능성’을 꼽는 이들도 있다. 장인의 손끝에서 생산된 좋은 가구는 평생을 써도 문제가 생기지 않을 가능성이 높지만, 저렴한 짝퉁 제품은 그렇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 섬세한 가공 기술로 만든 천연 목재 의자와 중국산 경량 파티클 보드로 만든 모조품 중 어떤 것이 쉽게 망가질지는 굳이 확인해보지 않아도 알 일이다. 그리고 그 결과는 더 많은 쓰레기로 드러날 것이다.

 

가까운 미래의 변화

상황이 당장 바뀌지는 않을 것이다. 클릭 몇 번으로 짝퉁 가구를 쉽게 구입할 수 있는 환경과 가짜 구매를 부추기는 분위기, 그리고 법적으로 문제가 없는 상황이 맞물려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모든 구매자가 오리지널과 가품을 구별해낼 만큼 디자인에 대해 빠삭하지도 않다.김 변리사는 법을 악용한 사례들에 안타까움을 드러냈다. “디자인에 대한 보호를 20년 후에 종료하는 건, 사실 그대로 복제해서 내라는 의미가 아니라 그걸 토대로 더 좋은 걸 만들어내라는 의미거든요.” 일각에서 복제품의 증대가 산업 발달에 긍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라 판단한 것과 같은 맥락이다. 하지만 상황은 그렇게 좋은 방향으로만 흘러가진 않고 있다. “형상을 그대로 베끼는 것과는 별개로, 그렇게 함으로써 소비자에게 새로운 가치를 줄 수 있다면 의미가 있을 거예요. 하지만 교묘하게 법망을 피해 정품을 따라 하기만 한 제품은 그 어떤 가치도 전달한 수가 없죠. 법적으로는 문제가 없을지라도 말이에요.”이런 와중에 승소한 프리츠한센 측은 국내 시장 전체에 디자인 창작물과 상표권, 저작권에 대한 올바른 인식을 심어줄 기회가 되길 바란다고 했다. “가품의 제조나 유통, 상품 표지 무단 사용 등 사업 전반의 권리 침해가 법적으로 인정되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죠. 원래는 가장 올바른 방식으로 구매가 이뤄져야 했을 국가기관에서까지 카피 제품을 이용했을 정도로 가짜 가구가 만연해 있었으니까요.” 신 코디네이터의 말이다. 정말 거리낌 없이 어디에서나 카피 제품이 판을 쳤다는 설명이다. “덴마크 본사에서도 이런 사례에 대해 적극적으로 대처하겠다는 입장이에요. 한 차례 판례를 얻어냈으니 변화가 일어나지 않을까요.”그 바람이 이뤄질지는 아직 미지수다. 한국이 당장 북유럽 국가들처럼 디자인에 저작권을 부여하지는 않을 것이고, 또 합법적이면서 저렴한 중국산 제품을 두고 오리지널을 고집하는 소비자의 숫자가 갑자기 늘어나지도 않을 것이다. 다만 우리에겐 아직 부끄러움이 있다. 돈이 없어 짝퉁을 살지언정 짝퉁인 걸 들키면 부끄러워한다. 최소한의 변화 가능성은 존재한다는 얘기다. 불과 10여 년 전까지만 해도 방송에서 또 호텔에서 당당히 짝퉁 가구를 볼 수 있었다는 사실을 떠올려보자. 어쩌면 변화는 우리 생각보다는 조금 더 빨리 일어날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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