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물 작업물과
녹음이 어우러진
작업실 플랜테리어
그로로 (groro.co.kr)
이미지 출처 : 바스큘럼
식물 패턴 제작소 바스큘럼(@hellovasculum)의 30평 작업실에는 식물을 다룬 작업물과 녹음이 어우러져 있습니다. 김유인 대표가 창작의 영감을 주는 플랜테리어와 식물 패턴 제작 과정을 공개합니다.
이미지 출처 : 바스큘럼
저는 식물 패턴 디자인 스튜디오 바스큘럼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전에는 미술, 공연, 음반 등 문화 예술 편집 디자인을 했습니다. 그러다 '좋아하는 것을 일과 작업에 담으면 삶이 좀 더 즐거워지지 않을까? 식물을 모티프로 작업하면 삶이 식물로 가득해지지 않을까?' 하는 생각으로 스튜디오를 차리게 되었어요. 과거 식물학자들이 식물 채집을 위해 들고 다닌 식물 채집 상자를 뜻하는 '바스큘럼'을 브랜드 이름으로 정했고요.
바스큘럼의 식물 패턴 작업은 식물을 직접 만나 들여다보고 경험하는 과정으로 시작합니다. 계절마다 만나는 식물의 종류가 다르고, 같은 식물도 봄부터 겨울까지 모습을 달리해요. '자연을 집 안으로 들이는 방법'이라는 메시지와 함께 패턴을 사용하는 이들이 계절의 매력을 최대한 만끽하고 공감할 수 있도록, 각 계절에 주변에서 만날 수 있는 식물을 주제로 삼고 있습니다.
이미지 출처 : 바스큘럼
지금 작업실로 이사 온 지 3년이 되었어요. 바로 옆에 작은 숲이 있고 새소리가 들려오는 조용한 동네에 위치하고 있습니다. 식물 그림 작업을 하기에 좋은 환경이죠. 주변 자연 환경에서 영감을 얻으려 하고 있어요.
작업실 안에서 바스큘럼의 모든 업무를 진행합니다. 디자인 작업과 원단 날염, 제품 제작, 미팅 등 작업 과정에 맞춰 30평 정도의 공간이 나뉘어 있어요. 식물 패턴 원단 제작을 위한 핸드 프린트 작업 테이블이 가장 넓은 공간을 차지하고 있고요. 제작 작업은 환경의 영향을 많이 받기 때문에 각종 장비와 재료 수납, 작업자의 동선을 신경 써서 작업실을 꾸밉니다. 좋은 작업 공간은 작업자 한 명 몫을 하기 때문에 작업실도 팀원이라 여기고 있습니다.
이미지 출처 : 바스큘럼
작업실에는 신경초, 선인장, 라벤더, 세이지, 제라늄, 무화과나무, 레몬나무, 수경식물 등이 함께하고 있습니다. 작업실 입구, 햇살이 잘 들어오고 작업 도구들이 없는 휴식 공간에 화분들이 모여 있어요. 작업자들, 손님과 차 마시며 이야기를 나누는 공간이기도 합니다. 실내에서 식물을 키우는 게 마음이 편하지는 않아 되도록 열 종류를 넘기지 않으려 애쓰고 있죠.
관심 가는 식물이 계절마다 바뀌는데, 무작정 들이기보다 그 식물이 있는 곳을 찾아다니고 사진과 그림을 담는 것으로 만족하고 있어요. 지난 3월엔 제주 여행 중 만난 구상나무가 눈에 들어와서 유튜브에서 관련 다큐를 찾아보며 호기심이 커졌습니다. 구상나무를 좀 더 알기 위해 언젠간 한라산 정상에 올라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이미지 출처 : 바스큘럼
사실 제 공간은 늘 바스큘럼 제품과 작업을 위한 인쇄물 등 식물 자료로 채워져 있어 부러 플랜테리어를 해본 적은 없는 것 같습니다. 관심을 갖고 관련 일을 하다 보니 차곡차곡 쌓여 저절로 플랜테리어가 된 경우죠. 창문에 종류별 식물패턴 커튼이 걸려 있습니다. 커튼 기능 외 사용 경험을 직접 해보는 의미에서요. 테이블에는 러너가 사용되고 있고 소파에는 쿠션이 놓여 있습니다. 벽면엔 식물 그림 포스터와 엽서, 러너 등이 전시되어 있고 수납장에는 판매용 제품들과 원단을 한눈에 볼 수 있도록 정리해놓았습니다.
그 밖에 작업에 참고하는 각종 식물도감과 수집하는 식물 그림책, 엽서가 있고요. 바스큘럼 제품과 함께 있으면 어울리는 소품과 다른 작가들의 오브제들도 있습니다. 실내 식물들을 위한 화분이나 정원 도구, 씨앗을 모아둔 상자들도 있어요.
이미지 출처 : 바스큘럼
최근 플랜테리어가 인기 트렌드가 되며 플랜테리어 노하우에 대한 관심도 커진 것 같습니다. 저는 무엇보다 각자 자신에게 맞는 방법을 찾기를 권합니다. 식물은 역사가 길고, 그동안 늘 사람과 함께 존재해왔기에 관련된 콘텐츠가 워낙 다양하고 플랜테리어 방법도 각양각색이에요. 직접 식물을 기르는 건 물론이고, 식물 무늬가 담긴 물건으로 인테리어를 하고, 관련 도서를 모으고, 식물 그림 인쇄물을 벽에 붙이는 방법도 있죠. 그중 자신에게 맞는 것을 찾는 게 좋은 플렌테리어라 생각합니다.
제가 요즘 터득한 식물 관리법은 식물이 만족하는 환경을 찾고 식물마다 적합한 관리 방법을 파악할 때까지 매일매일 들여다보고 공부하며 공을 들이는 것입니다. 사람처럼 식물도 제각각 식성이 다르고 원하는 온도도 다르거든요. 공을 들이다 보면 잎사귀 한 장도 숨을 쉬며 물을 흡수하고 원하는 환경을 쫓고 있는 게 보입니다. 실패할 경우, 과감하게 자연으로 되돌려 보내고 마음에 두지 않기를 권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