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그 부츠에 관해 당신이 몰랐던 4가지
온큐레이션
그들이 죽지 않고 돌아온 이유
©Ugg
“우리는 모두 편안한 자기표현을 위해 존재한다.” _어그 오스트레일리아
누구나 편안함을 느끼는 신발은 어떤 모습일까. 기존 신발의 존재 의미와는 사뭇 다른 어그 오스트레일리아(@ugg)의 정체성은 단지 오늘 입은 옷 스타일을 위해, 퉁퉁 부은 발을 부드럽게 감싸주기 위해, 보온성을 위해서만이 아니다. 진정한 나를 바라볼 수 있는 ‘자기표현’을 위해 우리의 곁을 지킨다. 지금까지 어그가 주는 편안함과 자신감으로 세상에 우리만의 흔적을 남기는 데 집중했다면, 이번엔 ‘어그’가 ‘어그 부츠’라는 대명사가 되기까지의 그 흔적을 따라가는 데 집중해 보자.
양털 부츠를 신은 소련의 파일럿 ©Soviet Air Forces
1. 서퍼 이전에 파일럿이 신었다
‘못생겼다’는 뜻의 호주의 숙어 ‘어그(Ugg)’에서 유래된 어그 부츠는 흔히 서퍼의 신발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그보다 이른 2차 세계대전 당시, 비행기 조종사들은 상공에서 낮아진 체온을 지키기 위해 ‘플라잉 어그 부츠’를 신곤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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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후 1960년대, 어그에 관한 또 하나의 흥미로운 사건이 발생한다. 서핑을 즐기던 호주인 회계사 ‘브라이언 스미스(Brian Smith)’는 시드니 서퍼들이 모두 양털 부츠를 신고 다닌다는 특이한 공통점을 발견한 것. 이는 시드니 전설의 서퍼 ‘셰인 스테드맨(Shane Stedman)’이 온도 조절 능력이 뛰어난 양털로 신발을 제작한 것이 그 시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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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어그 오스트레일리아는 미국 브랜드?
그후 스미스는 미국 서퍼들이 이 부츠의 존재를 모른다는 사실을 알고, 호주에서 이를 공수해 캘리포니아 해변에서 판매하기 시작한다. 상품화된 양털 부츠에 대한 인기가 날로 높아지자 그는 1978년 미국에서 어그를 설립하게 된다. 그후 1995년, 미국 신발 회사 ‘데커스 아웃도어 데커스 코퍼레이션(Deckers Outdoor Corperation)’가 1,500달러에 인수한 것이 오늘날의 어그가 된 것이다.
하지만 그로부터 21년 이후인 2016년, 호주 기업 ‘오스트레일리안 레더’는 데커스를 상대로 상표권 침해 소송을 제기한다. 오스트레일리안 레더 측은 ‘어그’라는 명칭이 호주에서 일반적인 양털 부츠를 뜻하기에, 동명의 브랜드명으로 쓰는 것은 부당함을 주당하다고 밝혔다. 무려 5년간의 치열한 법정 공방 끝에 재판부는 데커스 코퍼레이션의 손을 들어주게 된다. 많은 이들 또한 상표의 이름 탓에 오스트레일리아 브랜드로 착각했지만, *특별현저성을 선점한 브랜드 데커스 코퍼레이션은 당당히 어그 오스트레일리아의 주인이 된다.
*특별현저성: 거래상 자타상품의 통상적인 식별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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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파파라치 덕분에 이름을 알리다
흥미롭게도 어그 부츠가 대중에 이름을 알린 데는 파파라치들의 공로가 크다. 케이트 모스와 사라 제시카 파커, 비욘세와 카메론 디아즈 등 2000년대 최고의 주가를 달린 셀러브리티는 언제나 파파라치와 함께해야 했다. 그리고 그들의 평범한 일상 속 어그 부츠는 자연스럽게 대중에게 질 좋고 편안한 신발로 인식된다. 이를 기점으로 다양한 계층이 어그 부츠라는 하나의 유행을 공유하게 된 것. 국내에서는 2004년 방영된 드라마 <미안하다 사랑한다>의 임수정이 착용하며 유명세를 떨치기도 했다. 당시 국내에서도 ‘국민 부츠’라 통용될 정도로 어그부츠는 영향력은 대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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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후 어그는 2010년대 들어 서서히 자취를 감추게 된다. 그리고 약 10년후인 최근, Y2K 패션이 부상하자 제2의 전성기를 맞게 되었다. 텔파, 스템프드 등과의 숱합 협업이 어그의 부활을 증명한다. 2000년대 종아리 중간 길이의 ‘숏부츠’와 무릎 바로 밑까지 오는 ‘롱부츠’가 유행했다면, 최근에는 ‘클래식 울트라 미니 플랫폼’과 ‘클래식 스웨터 레터’ 부츠와 같은 높은 플랫폼 부츠가 인기다. 해당 디자인은 기존의 어그에 비해 높은 굽 형태지만, 가벼우면서도 스타일리시하다는 평을 받는다. ‘벨라 하디드(Bella Hadid)’ 역시 레이싱 재킷과 마이크로 쇼츠, 여기에 어그와 흰색 양말을 매치한 모습이 화제가 되기도 했다. 기존 3040세대는 실용적인 방한용품으로 인식 했다면, 1020세대에게는 하이프한 셀러브리티의 아이템이 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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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환경도 놓치지 않는 완성형 브랜드
그렇다면 지금의 어그를 있게한 것은 무엇일까. 단순히 돌고 도는 유행의 영향만은 아닐 것이다. 어그는 급변하는 시대 변화를 능동적으로 수용하고, 브랜드 정체성을 견고히 했다. 이들은 근본적으로 사람, 지구, 제품이 선순환을 이루며 더 지속 가능한 세상을 꿈꾸었다. 지속 가능한 세상을 위한 노력의 첫 번째는 제품 뒤에 있는 사람을 고려한다는 것. 어그는 직원의 43%가 백인이 아닌 다인종으로 구성하고 있다. 또 모든 직원이 무의식적 편견을 마주하는 과정에 필수적으로 참여하도록 해 근본적인 문제 해결을 도모한다. 이밖에도 장애 포용이 사업의 최전선인 브랜드를 모아둔 글로벌 운동 ‘더 벨류어블 500’에 합류했으며, 장애에 상관 없이 모든 이들이 클래식 신발을 즐길 수 있도록 ‘어그 유니버셜(Ugg Universal)’ 컬렉션을 출시했다. 또한 10개의 비영리 단체에 총 50만 달러를 기부하면서 사회의 안전망을 만들어 가는 것에도 관심을 기울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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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속 가능한 세상을 위한 어그의 다음 노력은 지구 자원을 보호하는 일이다. 앞서 설명한 것처럼 어그는 양가죽으로 만든 부츠에서 시작되었다. 동물권과 탄소 배출 문제가 심화되자, 이들은 환경 영향성을 고려한 섬유 선택을 우선 고려했다. 어그는 유엔 글로벌 콤팩트에 가입하고 지속 가능한 개발 목표에 전념한 이후로, 재생 가능한 여정에서 계속해서 나아가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나아가 2025년까지 백만 에이커의 농지를 복원하겠다는 약속을 바탕으로 890,000에이커 이상의 토지에 혁명을 일으키는 것에 조력했다. 보이지 않는 영역에서 부단히 시대 정신을 반영하려 노력해온 흔적이 곳곳에 산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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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소비자로부터 얻은 어그에 대한 충성도는 그들이 육체적으로나 감정적으로 UGG를 얼마나 느끼게 만드는가에 대한 방식 때문이다.” _Anne Spangenberg
2000년대 초반 붐 이후 잠시간 하락세를 보이던 어그는 언제 그랬냐는 듯 다시 도약했다. 파일럿의 투박한 가죽신에서 서퍼의 신발이 되었다가, 지금은 거리 어디서나 만날 수 있는 아이템이 된 어그. 다양한 모양으로 변화해 온 어그지만, 가장 귀중한 유산은 그들의 존재 방식이 아닐까. 타인과 환경을 존중하는 자세는 곧 다른 누구와도 비교할 수 없는 나를 되찾는 과정이기도 하다. 유행이 돌아온 것이 아닌, 이러한 어그의 진심이 유행을 되불러 왔을지도 모른다. 내일도 누군가의 여정엔 어그가 있을 테고, 그래서 어그 오스트레일리아의 노력에 끝이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