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명 망토는 상용화될 수 있을까
온큐레이션
©Warner Bros
“모두가 영화 <해리포터> 속 투명 망토를 옷장에 가지고 있을 수 있습니다.”
2023년 12월, 상해에서 개최된 과학 행사에서 중국 동화 대학 물리학자 ‘추 준하오(Chu Junhao)’가 한 말이다. 영화 <스타트렉>부터 <프레데터>, <해리포터>까지. 우리는 종종 영화 속에서 투명해진 존재들을 봐왔고, 그럴 때마다 한 번씩 투명해지는 삶을 상상을 해왔다. 그런데 이 상상이 현실이 될 수도 있다니, 과연 그의 말이 사실일까. 그래서 살펴봤다. 투명 망토 기술의 정체는 무엇이며, 실제로 우리의 옷장에 편입될 수 있는지, 만약 가능하다면 어떻게 입어야 하는지.
2014년 물리학 교수 존 하웰과 조셉 최가 개발한 4개의 렌즈를 활용한 클로킹 장치 ©Upitech
투명 망토 기술이 정말 있다고?
‘투명 망토(Invisibility Cloak)’ 기술의 최초 발명 시기에 대한 의견은 분분하다. 가장 처음 투명 망토 기술을 실제화한 건 2006년 미국 듀크대학교와 영국 임페리얼 칼리지의 메타물질을 이용한 합작 연구로 알려져 있다. ‘물질의 내부 구조를 미세한 수준까지 인위적으로 바꿀 수 있다면, 빛에 대한 성질도 조절할 수 있다’는 사실에 착안하여 빛을 휘게 하는 메타물질을 만들고, 2차원 영역에서 투명해지는 기술을 발표했다. 이후 미국, 독일, 캐나다, 중국 등 많은 나라에서 ‘양자 스텔스’, ‘렌티큘러 렌즈’, ‘그래핀 메타 렌즈’ 등은 다양한 방법을 통해 발전하며 투명 망토를 씌운 듯 대상을 투명하게 만드는 기술이 스크린을 넘어 현실 세계로 진입하는 중이다.
지난 12월 중국이 공개한 ‘인비즈디펜스’ ©Bilibili
지난 12월 중국이 공개한 ‘인비즈디펜스(InvisDefense)’ 기술 역시 이전에 공개된 원리와 크게 다르지 않다. 가장 큰 차이점은 원재료비가 대폭 감소해 상용화될 가능성을 제시했다는 것. 그렇다면 대표적인 소비재 중 하나인 의류에도 적용할 수 있을까? 하지만 시연에서 보여준 판 형태의 패널은 인간 신체까지 적용하기엔 아직 무리가 있어 보인다. 기본적으로 인간이 입을 수 있는 옷이 되기 위해선 몸의 곡선에 맞게 착용할 수 있어야 한다. 그렇다면 이 기준을 충족하는 투명 ‘옷’의 구현은 어디까지 왔을까?
©Nottingham Trent University
사라진 망토를 찾아서
2019년, 영국 노팅엄 트렌트 대학 웹사이트에 진짜 투명 망토를 개발했다는 기사가 게재됐다. ‘아이얀(i-Yarn)’으로 불리는 이 기술은 원단에 내장된 250개의 미세 크기의 제어기가 작은 카메라처럼 작동하여 착용자 주변의 빛 스펙트럼을 감지하고, 이 빛 스펙트럼이 원단 안에 있는 다른 3,000개의 미세 광자학 장치를 통해 전달되어 반대편에서 찍힌 이미지를 보여주는 원리라고 설명했다. 직조 방식의 제작법과 투명 망토를 입은 시연 영상을 통해 상용화에 대한 기대와 신뢰를 높였으나, 아쉽게도 만우절을 위한 고퀄리티 장난으로 밝혀졌다.
©Vollebak
이후 가장 최근인 2022년, 방탄 소재로 메탈 재킷을 만드는 의류회사 ‘볼레백(Vollebak)’에서 투명 망토의 프로토타입이라며 ‘보온 위장 재킷’을 공개했다. 최근 많은 개발이 이루어지고 있는 ‘웨어러블 디바이스’나 ‘플렉시블 디스플레이’에 사용되는 소재 *그래핀을 사용하여 만든 재킷으로, 옷 자체의 온도 변화 없이 복사량의 변화만 주어 적외선 카메라로부터 감지를 피할 수 있다. 아직 인간의 시야에서는 사라질 수 없지만, 익숙한 형태의 재킷이 투명 기술이 적용됐을 때 모습을 상상하게 해준다.
*그래핀(Graphene): 얇고 가볍지만 강도, 열전도율, 빛 투과성, 전자이동도 등 여러 가지 특성을 지닌 신소재
©Vollebak
예측할 수 있는 미래
“궁극적으로 5~10년 뒤면 실제 투명 의상을 접하게 될 거예요… 누구나 열대 섬에서 투명 망토를 착용한 채로 걸어 다니는 모습을 볼 수 있는 미래를 상상하죠. 이 상상이 현실이 되려면 20여 년은 걸릴 겁니다.”
_스티브 티드볼, 볼레백 CEO
보온 위장 재킷을 만든 볼레백의 공동 창립자 ‘스티브 티드볼(Steve Tidball)’은 실질적인 투명 망토의 완성은 약 10년 이내, 그리고 상용화까지 20년 정도가 걸릴 것으로 예상했다. 투명 망토를 판매하는 2045년의 쇼핑센터, 그 시기에 패션은 어떻게 변하게 될까. 투명 망토가 가져올 변화를 몇 가지 상상해 보자.
3M 리플렉티브 마운틴 파카 ©Supreme
먼저 감온 원단이나 반사지가 그랬듯 투명 기술 역시 사용할 수 있는 원단이나 부자재로 적용되어 스타일 연출이나 기능적으로 사용할 수 있다. 대표적으로 캠핑, 아웃도어 의류가 있겠다. 앞서 언급됐던 ‘i-Yarn’ 기술 시연 영상처럼 해당 기능을 조절할 수 있다면, 산에서 야생동물을 만나거나, 급박하게 몸을 숨겨야 하는 상황에서 요긴하게 활용할 수 있다. 또한 무대 공연에서 색다른 퍼포먼스로 적용할 수 있고, 퍼포먼스 이후 숨차게 뛰어갈 것 없이 투명 망토를 쓰고 여유롭게 이동할 수도 있겠다.
©Unsplash
반면에 투명 망토로 인한 사회적 혼란 또한 발생할 수 있다. 망토를 쓰고 어디론가 갈 수 있다면 가고 싶은 장소로 가장 많이 언급되는 곳은 아마도 은행일 것. 그 밖에도 목욕탕, 백화점 등을 꼽을 수 있다. 투명 망토가 사전 규제나 제재 없이 소비될 경우, 사회 전역에서 무분별한 절도, 사생활 침해와 같은 범죄가 일어날 수 있다. 무력해진 사회 감시망을 피해 범죄를 저지르고, 사회적 역할을 하지 않는 사람이 늘어가는 가운데 사회가 개인을 통제할 수 있는 영역이 사라지면 나라가 전복되거나 무정부 상태에 가까운 모습을 마주하게 될지도 모른다. 이런 상황에서 패션은 더 이상 흥미로운 대화 주제가 아닐 가능성이 높다.
Bookanalysis
과학의 영향력은 인간의 사고방식과 생활방식을 변화시키는 중요한 요인이 된다. 앞서 상상한 것 외에도 실현할 수 있는 미래 기술은 무궁무진하다. 기술의 발전을 상상하는 일은 그것이 도래하기 전까진 즐겁고 기대되지만, 그 양면성은 언제나 경계해야 한다. 최근 대두되고 있는 인공지능의 등장으로 급변한 우리의 삶을 고려했을 때, 투명 망토 역시 삶의 영역에서 사용될 경우를 대비해 사전에 투명한 사회적 논의와 함께 윤리적, 법적 약속이 이루어져야 한다. 다행히 아직 20년이라는 시간이 남아있지만, 새로운 황금일지 소리 없는 폭탄일진 명확한 규제 그리고 우리의 활용법에 달려있지 않을까.